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고양이 하면 검은고양이가 가장 먼저 떠올랐고 남편과 상의 후 열심히 검색의 검색을 하던 중 요정과 같은 눈망울의 고양이와 마주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원하는게 있으면 무조건 쥐어야 성격을 지닌 나이기에 ㅎㅎ 3-4일이 지나도 오지 않는 답변을 기다리며 고양이 주인에게 구애의 문자를 계속해서 보냈다. 내가 왜 입양해야 하는지. 나는 어떤 조건을 갖고 있는지. 고양이를 기를 자신이 있는지 등등.
5일째 되는 날 연락이 닿았던 것 같다. 전 주인은 너무 많은 사람한테 연락을 받았고 네덜란드 내 고양이싸움을 시키는 언더그라운드 마켓이 있어 싸움꾼인지 진짜 고양이 주인으로 다가오는건지 가려야해 심사숙소 끝에 candidate을 선별해야 했다며, 늦은 답변에 미안함을 전했다. 그렇게 7일째 되는 날 우리집에 오게 된 순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 날짜. 2017년 10월 2일.
네덜란드 덴보쉬 주택에 살 때 순대는 바깥 구경을 참 좋아했다. 매일같이 비둘기가 정원으로 날아 들어와 하루종일 쫓느라 바빴고
첫 2년간은 정말 호기심 천국. 물론 지금도 없는건 아니지만 2년간은 지독하게 ㅎㅎ 새로운 물건을 보면 무조건 냄새를 맡고 햛아 봐야 직성이 풀렸다.
/ 유럽에서 혹은 국내에서 고양이를 처음 키울때 알아두면 좋을 점들 /
- Casteration: 고양이가 어릴 때 계획하자. 수술 후 회복이 빠르고 한국은 모르겠지만 네덜란드는 고양이 나이가 많아질수록 수술 비용도 높다. 수술은 약 20분 소요, 마취 깨는 시간까지 합치면 2-3시간 정도 소요.
- 여권발급: 유럽의 경우 반려묘와 반려견 모두 무조건 여권을 발급 받아야하고 목에 위치추적 칩을 심어야한다. 그 덕에 네덜란드에는 길고양이나 강아지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특히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강아지의 경우 강아지 세금도 따로 있으니 주의. 여권 발급과 칩은 모두 동물병원에서 받을 수 있다.
- 고양이 접종: >태어난 후 6개월 이전 필수 2-3개의 접종과 매 년 한번씩 필수 연례접종, 그리고 3-4년에 한번씩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 (추가 접종은 고양이의 거주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고양이의 건강상의 이유로도 접종은 중요하지만 고양이가 접종을 맞지 않았다면 나중에 여행 시 고양이 호텔에 맞기거나 혹은 항공기에 태울 수도 없으니 날짜에 주의를 기울이는게 좋다. 보통 접종일이 다가오면 동물병원에서 문자가 오니 잊어버릴 일은 크게 없지만. (문자의 경우 최초 접종 동물병원에, 접종일이 다가오면 연락을 해달라고 요청을 하는 것이 좋다)
- 우리집 고양이가 물을 안마셔요: 고양이는 물을 안마시기로 유명하다. 어려서부터 물을 많이 마시게 하는 습관이 중요하다던데 순대는 물을 잘 마셔도 너무 잘마신다... ㅎ 그런만큼 화장실도 잘가고. 검은고양이만의 장점인지, 순대만 예외적으로 잘 마시는건지는 모르겠다.
/ 물을 안마시는 고양이를 위한 팁 /
- 원형 물통 사용: 동그란 형태의 물통을 좋아하고 너무 높지 않은, 고양이 키에 맞는 물통을 구비하자
- 매일 물 갈아주기: 깨끗한 물인지 아닌지 고양이도 안다
- Wet food에 물을 좀 더 타준다. 일반 고양이 사료보다 액체형태의 사료를 더 좋아하는 고양이들이기에 거기에 물을 타주면 따봉
/ 4년간 관찰해온 검은 고양이 순대의 생활과 성향
- 낮에는 정말 거의 잠만 잔다. 깨어있는 시간이 한 2-3시간 되려나. 정상적인(?) 활동시간은 오후 3시부터.
- 여자 고양이는 남자 고양이만큼 애교가 많지 않다. 애교가 많은 고양이를 원한다면 수컷을 기르길.
- 순대처럼 단모들은 털이 안빠질거라 생각하면 오산. 우리집은 거의 매일 청소기를 돌린다.
- 활동적이다 (=많이 놀아줘야한다. 제일 좋아하는 놀이는 레이저빔과 영수중 공으로 말아 던져주기)
- 왠만해서 살이 잘 안찐다 (=너무 움직여서)
- 어려서는 고양이빗으로 쓰다음어 주는거 싫어하더니 지금은 가져다데면 침까지 흘리며 ㅎ 좋아한다
- 검은고양이는 꾹꾹이를 많이 하진 않는다. 어려서는 좀 하는듯 싶었는데 요즘은 잠자러 가기 전에만 살짝
- 화장실이 깨끗하지 않으면 운다. 청소 해 달라는 이야기
- 요즘 생긴 습관: 응가 전 열심히 달린다. 약 5분간. 그리고 화장실 직행
- 음식: 순대의 경우 어려부터 dry, wet food 모두 유기농 사료만 먹였다. 이전 주인의 간곡한 부탁이기도 했고 나도 고양이를 기르며 이런저런 책을 많이 읽어보니 고양이 사료에 필요하지도 않은 재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 있음을 알게됐기에. 하지만 유기농 사료라 해도 나쁜 재료가 안들어간건 아니다. 사료 구매 시 글루텐, 밀, 등의 첨가물이 없거나 적은 사료를 되도록 구매한다. 그리고 모든 고양이가 그렇듯 wet food(고양이 액상사료)와 간식을 좋아한다. (특히 츄르 스타일)
- 고양이는 고양이 사료만 먹이는것이 안전하다. 사람이 먹는 음식 (=조미가 된 음식)은 주지 않은것이 고양이 건강에 최고. 고양이 비만은 수명을 단축시킨다.
- 초콜렛은 고양이의 적이다. 백합과 거의 모든 종류의 꽃 (과 식물 역시)도 고양이의 적이다. 집에 식물을 들일때 주의!
- 우리집 고양이 순대는 새벽 3시부터가 진짜 활동시간이다. 새벽 3시-7시 정도까지. 그러니 깊은 잠을 자고 싶다면 고양이와 각방을 쓰고 수면을 취하는게 좋다. 나도 처음에는 오랜시간동안 같이 잤는데 새벽 3-4시만 되면 놀아달라고 자꾸 깨우는바람에 도통 잠을 잘수가 없었다. 잠을 못자면 스트레스 심히 받는 남편도 불평이 하늘을 찔렀고. 어느정도 자라면 혼자자는 자립심을 키워주자. 처음에는 같이 자다가 떨어져자면 방문을 긁고 울고 난리도 아닐텐데 차차 괜찮아지고 고양이도 적응한다 :)
/ 고양이 3-4일씩 집에 두고 어디 다녀와도 괜찮을까?
대답은 괜찮다이면서도 아니다. 보통 고양이는 개와 달리 혼자 나눠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강아지 보다야 돌봐야할 시간이 현저히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집에 고양이를 혼자 두고 3일 이상은 자리를 비우지 말자. 그리고 그 정도 자리를 비웠으면 다음날은 무조건 충분히 고양이와 시간을 가져야 고양이도 심신의 안정을 찾는다. 고양이 호텔에 장기간 맡길때도 다녀오고나서 충분히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고양이가 우는 불안증세는 이때 매우 심해지기에. 순대도 수차례 고양이 호텔에 맡겨도 보았고 가끔 2-3일씩 혼자 집에 있던 시간이 있었다. 몇번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불안 증세가 나타나더라. 고양이 호텔에 맡겨도 나만큼 내 고양이를 잘 돌봐주는 사람은 없기에. 떨어져 있는 시간동안 그 만큼 다음날 사랑으로 돌봐주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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