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살이/네덜란드

네덜란드 생활) 네덜란드 코로나 바이러스 현상황

오트밀밀 2020. 3. 26.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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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우리나라에서 한창 코로나가 극성을 부릴때, 유럽은 강건너 불구경이었다. "머나먼 중국에서 유럽까지 설마 문제을 일으키겠어?" 라는 안일한 생각이었던건지, 그저 간단한 flu로 그칠거라고 생각했던건지. 어느쪽이든 그들의 생각과 대처는 전적으로 틀렸음을, 명확하게 증명하는 요즘이다.

 

나는 남편의 작은 수술로, 2월 중순 독일에 내려가 있었다. 엄마가 매일같이 카톡을 통해 한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을 업데이트 해줬고 친구들도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감염자 수가 두렵다며, 바쁘게 카톡이 오갔다.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유럽은 그 때까지만 해도 자칭 '코로나 청정지역'이라며 서로 떠들던 때였기에 (무려 프랑스 뉴스에서는 "우리는 해당 바이러스에 대해 대단히 인지를 잘 하고 있다"며, 별거아닌 바이러스라는 듯이 짧은 인터뷰를 남기기도 했다) 나 역시 조금은 guard down을 한 상태였던 것 같다. 하지만 유럽도 심심치 않게 뉴스는 들려왔고(영국와 프랑스에 감염자 발생했다는), 그리고 독일을 떠나는 마지막 날에는 남편과 내가 있던 병원 근처의 작은 도시에서도 감염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뉴스와 카톡으로만 이야기를 전해듣다가 코로나의 심각성을 조금씩 현실로 직시하던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한편 그 시각 네덜란드는, 연중 가장 큰 지역 축제 중 하나인, 카니발을 고대하고 또 고대하고 있었다. 2월 마지막 주 약 3일동안 진행되는, 내가 거주하는 North brabant 지역에서 열리는 크나큰 연례행사인데, 바로 옆동네인 독일에서 코로나가 발생했다는데도 축제를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이건 좀 위험한거 아니야? 지금 때가 때인만큼 진행을 안하면 좋겠는데" 나와 남편도 매해 참여하는 행사였지만 왜인지 올해는 발을 들이고 싶지 않았고, 사람 많은 곳은 되도록 피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3월 6일. 나는 일이 있어 암스테르담에 잠깐 다녀왔다. 이때까지만해도 암스테르담까지는 코로나 소식이 많이 전해져있던 상황이 아니였기에. 그 덕에 (?) 다들 평소와 같이 행동하고 담소를 나누고 손을 잡고 공공장소에서 음식을 먹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정말 괜찮은걸까' 생각하고 있던 찰나, 정부부처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가 급히 연락이 왔다. "너 지금 어디니? 오늘 암스테르담 간다고 했지? 사람만나면 악수하지말고 뭐 만지면 바로바로 손닦고 일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가도록 해. 지난주 카니발 때 감염자가 대거 있던걸로 추정되서 다음주 정도면 급속도로 그 수가 늘것 같아"

 

코로나 청정지역 네덜란드도 그 수명을 다하고 있었다.

 

3월 6일, 암스테르담에 만난 고양이 친구 클라라체.
같은 날 암스테르담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만난 멍멍이

 

그리고 거기에 더해, school year start 전 이태리 스키여행을 다녀온 네덜란드 가족들이 있었다. 지금 이 시각까지도 피해규모가 어마어마한 이태리. 2월 마지막 주 만 해도 그 숫자가 그렇게 현실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던건지 그들은 여행을 감행했고 네덜란드로 돌아오자마자 전 가족이 감염되었음이 발견됐다. 친구의 연락 후 딱 1주일 경과. 네덜란드는 North Brabant를 기점으로 겉잡을 수 없이 전국에 비상이 걸리기 시작, 감염자수 발표에 이어 사망자수까지 추가 집계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3월 13일. 오후 3시경의 네덜란드 슈퍼마켓들.

 

신선한 과일과 채소로 인기있는 네덜란드 슈퍼마켓 리들 Lidl. 살만한 채소는 이미 다 품절 
모두 당근은 싫어하는걸까. 당근 빼고는 남아있는게 없었다.

 

네덜란드 사람들의 필수품/ 주식인 빵은 이미 온대간대 사라진지 오래, 아침식사로 많이들 찾는 우유, 오트밀, 시리얼, 그리고 고기류와 파스타도 상당수 슈퍼마켓 내 재고가 없었다. 네덜란드 사람들과 현지 거주자들이 얼마나 사재기를 했으면 이후 정부에서는 

 

 

 

Hamsteren, 즉 사재기를 그만하라고 뉴스로 발표하기 이르렀고 (네덜란드 sign languae 담당 통역사가 너무나도 멋드러지게 '사재기'를 위와 같이 통역해줘, 이 날 이후 네덜란드 내 큰 뉴스거리가 되었다. 햄스터와 같이 긁어모은다는, 햄스터른!)

 

 

사람들이 얼마나 사재기를 했으면. 해당 품목 사재기 시 벌금을 물리겠다는 (거짓) 공고가 더치들 사이에 돌고 있었다

 

네덜란드 친구들 사이에서는 가짜 찌라시(?)까지 돌았다. 파스타, 쌀, 고기, 채소 등 이만큼 사면 벌금을 물겠다는 정부의 방침 (물론 뻥입니다. 쌀 1kg 이상사면 15유로 벌금이라니 ㅎㅎ)

 

 

 

우리집 아파트 엘레베이터에도 안내장이 붙었다. 엘레베이터에 누가 타 있으면 다음 엘레베이터를 타라는 공고.

 

 

 

 

아이폰 경보로도 다함께 코로나에 맞서자며, 1.5m social distancing을 꼭 해달라 당부의 당부 메세지가 돌았고

(하지만 사람들은 잘 지키고 있지 않는 상황) 그래서 결국 며칠전 네덜란드 정부에선 쇼셜 디스턴싱을 위반하면 개인 최대 400유로까지 벌금을 물게 될거라 공지했다.

 

 

3월 22일까지의 네덜란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지도

 

이렇다할 대처 없이 소셜 디스턴싱과 자가격리만 고집하는 네덜란드. 어제까지만해도 단체행사와 학교 등교를 5월까지 미루는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말을 바꾸며 애매한 태도를 보인다. 자신들의 기분과 입맛에 따라 입기응변식의 대처방법, 너무 느긋한 그들의 태도에 불안감만 증폭되는 하루하루다. 

 

 

쇼셜 디스턴싱을 알리는 네덜란드 정부의 광고